세움 청소년 동아리 캠프로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이번 캠프에서 아이들은 사랑을 나눠주는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매월 모여
베트남 현지 초등학생들과 함께할 프로그램을
아이들이 직접 기획했습니다.
시연해 보고 수정하며 도움을 받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도움을 주는 자리에 섰습니다.

숨이 막히게 덥고 습한 날이었습니다.
짜증을 낼 만한데도
아이들은 각자 자기 몫을 성실하게 해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몸을 먼저 움직였습니다.
한 아이는 현지 아이들을 안아 올려 목마를 태워주었습니다.

무척 지쳤을 텐데,
저녁에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이 될 것 같아요."
그 대답이 얼마나 멋졌는지 모릅니다.

사실, 부모의 수감으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생각보다 길고 깊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숨겨야 합니다.
잠을 깨고 싶은데 도무지 깨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도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세움 캠프에 함께한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아픈 현실입니다.
하지만 함께한다는 게 아이들에게 선물이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비밀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누고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안정감과 웃음을 얻습니다.

마지막 밤, 서로의 마음에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모두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됩니다.

매년 캠프마다 이 신비한 순간들을 만납니다.
자신의 아픔과 결핍에 아파하는 아이들이
목마를 태워주며 몸으로 환대를 그려내는 순간,
타인의 결핍을 안아주는 순간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눈물이
우리를 살게 만듭니다.

수년 전 아파하며 울었던 청소년이 청년으로 자랐고
이번 캠프에도 선생님으로 함께 했습니다.
아픔이 구원의 통로가 되는 비밀한 순례의 길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도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기도의 응답으로 함께 우는 자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날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말이 기도의 응답처럼 들렸습니다.

소명은 대단한 직업이나 위치가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통과해
타인을 품어내는 거룩한 순간임을 배웁니다.
그렇게 이 시간도 누군가를, 우리를, 한 사람을
또 한 뼘 자라게 하고, 또 한 걸음 걷게 하겠지요.

주님, 이 아이들의 길에 길이 되어 주세요.


<노래하는풍경 #1640 >

베트남하노이 #세움캠프 #비밀한순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