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도 하지 않는 벽앞에

꿈쩍도 하지 않는 벽앞에

. 4 min read

한 사람이 절망에 있다가
회복하는데,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자주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습니다.
청년 시절, 주변 사람들과
여러 모색을 함께 했습니다.
그중, 알콜릭이었던 친구와도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은혜를 크게
경험한 적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정말 기뻤지만
1년도 안되는 사이
더 깊은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만남과 경험이 쌓일수록
사람을 대하는 인식과 세계관은
보다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변화의 주요 동력은
본인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오선화 작가의 신간 ㅈㅅㅋㄹ을
선물 받고, 벼르고 벼르다가
신년을 맞아 읽었습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상처와 사랑을
열쇠로 누군가의 절망을
깨뜨리는 과정이 무척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소설 속 인물 중 한 사람인
소유가 가진 절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큰 슬픔으로 인해 몇 년째,
어머니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시고
아버지는 술에 빠져 딸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소유의 겨울에도 빛이 스몄습니다.
영국에 있던 삼촌이 소유의 집에 찾아온 장면에서
나는 반가움에 마음이 마구 떨렸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기를 희망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 누군가 침투해 들어갔을 때
그 세계는 균열이 생기고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마치 소유에게 삼촌이 찾아온 것처럼.
작가님에게 이 페이지를 사진 찍어 보내며
가장 좋았다고 전했더니,
작가 자신도 이 페이지를 가장 사랑한다며
글을 쓰면서도 울고
교정하면서도 이 페이지에
멈춰 울었다고 합니다.

가만있으면 다 잘 되는 일도 있지만
누군가 그 세계에 균열을 내지 않으면
다가가 손 내밀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벽들이 있습니다.

도움을 주려 했던 어머니와 청년의
다음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의 우울증이 심해졌습니다.
며칠 전 비관해서 몸을 던졌고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다친 사진을 보니
내 마음도 멍이 든 것처럼 아팠습니다.
더 좋아질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문밖으로 나오지 않던 아이가
1월 1일에 처음 입을 열었어요.

엄마, 조금 있으면 요셉 삼촌 생일이네?
우리 이런 선물 보내주면 좋을 것 같아."

왜인지.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 다음에
무슨 말을 덧붙여야 할지 몰라서
대답을 머뭇거렸고 울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야 했습니다.
방안 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아이의
기억에 내가 가는 실 하나를 잇고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까요?

.. 그리고 오늘 오후,
이른 생일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오늘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모금을 진행하는 일은
모금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구나.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함,
함께 기도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노래하는풍경 #1466 >


#꿈쩍도하지않는벽 #균열이만들어지도록
#오하루소설 #ㅈㅅㅋㄹ
#블록체인기부플랫폼체리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