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

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

. 3 min read

 

 

청년 시절,목회자들과
먼 지방으로 엠티를 떠났습니다.
밤 시간이 되어서 교육생들이 잠든 사이
최고참 목회자의 지시 아래
우리는 머물던 숙소를 조용히 벗어났습니다.

나는 목회자들과 같은 방을 배정받아
그들과 행동을 같이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탈출에 성공한 우리는
외곽의 피시방에 자리를 잡아
늦은 새벽까지 당시 유행하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이어갔지요.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일부러 게임을 멀리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대신
새벽까지 게임에 열중하던
목회자들의 표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고작 게임 한 판에
운명이 다한 것처럼 탄식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자책하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환호하는,
평범한 우리와
아무것도 다를 것 없는 모습을
그들에게서 볼 수 있었습니다.

종종 존경하던 믿음의 선배나
목회자에게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실망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에 실망할 때는
그들의 잘못뿐 아니라
그들을 향한 특별한 기대도 한몫합니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에 비해
그들의 인격이 월등하게 성숙하거나
욕망이나 욕구가 적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살아갈 걱정이나 염려,
갖고 싶은 욕심이 있으며
유혹에도 똑같이 취약합니다.

중앙아시아로 선교를 갔을 때
현지인들과 족구 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목회자가 항상 뒤에 서서
빠지는 공을 받아 주거나
누군가 공을 찰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공을 띄워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저분은 운동 경기에서도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
역할을 좋아하시는구나.'

항상 뒤에 서던 분이
사람들의 요구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이처럼 좋아서 신이 난 그분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무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욕구가 있고, 가질 수 있음에도
자신에게 손해되는 선택을
감당하거나, 대가 지불을 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합니다.
이른 새벽 부엌에서,
북적이는 출근길에도,
아이를 품에 안은 시간 속에서도..

매번 희생하는 이들에게는
자존심도 아픔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가지고 싶은 열망과 가지지 못하는 아쉬움
기분 좋은 성취감뿐 아니라
실망, 자책, 어려움, 무능력까지도.

<노래하는풍경 #1371 >

#대단하고특별한사람이어서 #당연한것이아니라 #수고와희생


Comments